끓어오르는 오사카의 밤,
그리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오사카의 아침
2025년 2월 오사카 여행 기록
📍 도톤보리
여행지에서 조금 벗어나 일상이 묻어나는 요도야바시 어느 골목에서 오사카에서 가장 여행지다운 도톤보리로 넘어왔다. 조용하고 어두웠던 요도야바시와는 달리 도톤보리는 아주 시끌벅적하고 복작복작했다.
오사카의 밤은 보글보글 | 인천공항, 아시아나 항공 ICH to KIX, 간사이 공항 로손, 난카이 공항급행
오사카의 밤은 보글보글- 2025년 2월 오사카 여행 기록📍 인천공항정말 오랜만에 인천공항이다.여러모로 불만족스러웠던 장가계 여행이 내 두 번째 여권으로 간 마지막 여행이 됐을 줄이야...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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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도야바시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적막하고 넓은 길을 따라 지하철 역으로 걸으면서 테헤란로를 걷고 있는 것 같다고 했는데, 여기 도톤보리는 예전 강남역을 보는 것 같았다. 온통 밝고 복작복작한 도시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여행객 특히 한국인이 많아서 여기저기서 한국어 소리가 들렸다.
도톤보리에 왔으니 글리코상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어야 한다.
각도를 바꿔가면서 U의 사진을 백만 장 정도 찍어주었다. 그 정도 찍었는데 못 건지면 그건 이제 내 탓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내 탓 맞을 수도, 나는 사진을 특히 인물 사진을 정말 못 찍는다🙈
오 도톤보리에 배도 있네,
파리에서 탄 바토무슈가 정말 좋았어서 어느 도시를 가든 새로운 도시를 여행할 땐 도시를 가로지르는 배를 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도톤보리는 왠지 좀…
스타벅스에서 기념품 구경을 하고,
도톤보리 이곳저곳을 돌면서 구경을 좀 했다.
일본 여행을 여러 번 했지만 왜인지 돈키호테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도톤보리에 이렇게 큰 돈키호테가 있었는 줄도 몰랐다. 아, 내가 처음 오사카에 갔다 온 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어서 그때는 어쩌면 저 자리에 돈키호테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돈키호테 외벽에 달린 저 캡슐은 관람차다. 오사카를 떠나는 날, 돈키호테에서 쇼핑하면서 관람차 타는 곳을 슬쩍 보았는데 탈 수 있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 같았다.
📍 앗치치 도톤보리 본점 - 타코야키
우리가 도톤보리에 온 이유는 바로 이치란 라멘과 타코야끼!
이치란 라멘은 시간이 애매해서 먹지 못 했고, 유명한 타코야끼집 중에 먼저 앗치치 타코야끼를 먹어보기로 했다.
앗치치 도톤보리 본점 · Osaka, Os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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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유튜브에서 타코야끼 알바 체험을 했던 곳이 바로 이 앗치치 도톤보리 본점이다.
나는 속까지 퍽퍽하게 다 익은 타코야끼보다는 흐물흐물한 타코야끼를 좋아한다. 오사카 타코야끼는 흐물흐물해서 좋다.
앗치치 타코야끼 역시 속이 촉촉해서 좋았는데, 소스에서 약간 멕시칸 소스 느낌의 시큼한 맛이 나서 조금 아쉬웠다.
전에 9가 오사카 성 앞에서 먹은 타코야끼가 인생 타코야끼였다고 해서 부러 거기서 타코야끼를 먹은 적이 있다. 나도 아마 타코야끼를 맛있게 먹었을 텐데, 타코야끼 맛은 사실 생각이 안 난다. 근데 거기서 먹은 미타라시 당고가 정말 정말 맛있었다.
📍 일본 편의점 간식
U가 정말 먹고 싶어 했던 이치란 라멘은 결국 포기하고 우리는 편의점에 들렀다가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오사카를 처음 여행했을 땐 푸딩을 그렇게 사 먹었다. 이번에도 오사카 가기 전엔 푸딩을 잔뜩 먹어야겠다고 생각해 놓고도 어쩐지 푸딩에 손이 가지 않아서 하나도 먹고 오지 않았다.
한창 유행이었던 세븐일레븐 스무디,
7-Eleven Osaka Soemoncho East · Osaka, Os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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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톤보리에서 멀지 않은 세븐일레븐, 우리 숙소와도 가까워서 가장 자주 갔던 편의점이다.
여기 편의점 정말 편하고 좋았는데, 일단 매장이 커서 웬만한 유행템은 다 볼 수 있었고, 주변에 호텔이 많아서 그런지 여행객에 특화된 매장이었다.
기념품으로 사갈만한 간식들 재고가 엄청 넉넉했다. 인기 많은 상품은 매장에 상자가 잔뜩 쌓여있고 중국인 관광객들은 간식을 한 무더기로 담아서 계산을 했다. 특히 저 샤인머스캣 초코젤리를 저마다 바구니에 가득 담길래 나도 오미야게로 여러 개 사서 왔다.
골목에 있는 로손 편의점, 편의점 안에 무인양품이 들어와 있어서 좋다.
이 고베 푸딩, 한국에서 직구로 사 먹고 그랬는데… 그렇게까지 푸딩을 열정적으로 먹었어서 질린건가…
편의점에 푸딩이 이렇게나 많은데 그렇게 끌리지 않았다. 아니면 나이를 좀 먹어서 그런가, 푸딩이 뭐 맛있어봐야 푸딩이지.. 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를 모두 돌아서 사온 첫날의 편의점 간식, 나름 유명한 제품과 추억의 간식을 사 왔다.
카루피스, 오랜만에 먹어보고 싶어서 집어왔는데, 생각보다 그냥 그랬고… 샤인머스캣 초코 젤리는 예전에 코스트코에서 사 먹었던 초코 젤리랑 비슷한 맛이었다. 고구마 과자는 요즘 인기가 많다고 해서 가져왔는데, 오리온에서 나온 무뚝뚝 고구마칩이 훨씬 더 맛있다.
패밀리마트에서 산 수플레 크림, 이것도 푸딩이라고 해야 하나, 크림 위에 수플레 케이크가 얹어진 디저트다. 워낙 유명한 제품이지만, 내 취향은 아닐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엄청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하요 브륄레 아이스크림, 이거 정말 맛있다. U가 이거는 꼭 먹어야 한다고 해서 편의점 여러 곳을 돌면서 찾았는데 생각보다 브륄레 아이스크림이 있는 편의 점이 많지 않았고, 결국 위에 언급한 호텔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처음 발견했다.
바닐라 아이스크림 위에 크림브륄레처럼 구운 설탕이 얹어져 있다. 원래도 크림브륄레를 좋아하기도 하고, 이 브륄레 아이스크림 맘에 들어서 편의점 갈 때마다 사 먹었다.
밤새 부글부글 끓어올랐던 오사카의 아침은 차분하게 가라앉아 적막해 보이기까지 했다.
📍 코메다커피 - 모닝 서비스
코메다커피 니시신사이바시점 · Osaka, Os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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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어나서 호텔 방을 나선 이유는 코메다 커피에서 아침을 먹고 각자 계획한 대로 오사카를 즐겨야 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대학생활을 한 U에게 코메다 커피는 낯선 곳이 아니지만, 일본에서 생활하는 동안 코메다커피의 모닝서비스를 먹어본 적이 없다며 첫날 아침은 코메다 커피에서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어쨌든 코메다 커피는 초면이다 보니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코메다 커피에 가기 전에 U가 코메다 커피는 특별한 곳은 아니고 그냥 평범한 경양식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 곳이라고 했다.
아침 시간이라서 그런지 동네 마실 나온 주민분들이 커피 한잔 하며 신문이나 책을 읽고 있었다.
예전엔 우리나라에서도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면으로 된 물수건, 아침 시간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비행기에서 처럼 물수건을 따뜻하게 데워서 내어주었다. 아직 날이 쌀쌀했던 때라 따뜻한 물수건으로 손을 닦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코메타 커피의 모닝 서비스는 아침 개점 시간부터 오전 11시까지 주문할 수 있다.
식빵과 로-부빵 중에 하나를 택하고, 로-부빵은 사진을 보니 아마 디너롤, 우리나라에서는 모닝빵이라고 부르는 빵 같다. 삶은 달걀과 달걀 페이스트, 팥앙금 중에 하나를 고른 뒤, 마지막으로 버터와 딸기잼 중 하나를 선택하고 나서 음료를 고르면 된다.
작은 식빵 한 조각이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커다랗고 두꺼운 식빵이 나와서 놀랐다. 나는 앙버터 식빵과 아이스 카페오레를, U는 딸기잼 에그페이스트와 식빵을 골랐는데,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받아보니 U가 선택한 게 더 맛있어 보였다.
다음에 또 가게 되면 나도 으깬 달걀에 딸기잼으로 선택해 봐야지.
일본은 에스프레소보다는 드립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 같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카페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카페오레를 흔하게 마실 수 있었다.
한참 없어서 못 구했다는 패밀리마트 양말,
오사카 가기 전에 추성훈 아조씨 유튜브를 보았는데, 핫팩을 사러 들어간 패밀리마트에 유튜브에서 본 양말과 크림빵이 다 있었다. 살 것도 아니었는데 아는 제품 만나니까 왠지 반가웠다.
오사카 여행의 확실한 목적을 위해 U는 아침을 먹고 콘서트 MD를 사러 일찌감치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U가 열심히 덕질을 하는 동안 나는 가고 싶은 카페를 찾아가 아침을 한 번 더 먹기로 했다.
길을 가는데 오사카 총영사관이 보여서 사진을 찍었는데 안에 계신 지원 분이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하셔서 사진은 지웠다. 영사관 근처라 그런지 번역, 비자라고 적힌 한글 간판이 많이 보였다.
한국의 10원 빵이 여기 오사카까지 퍼졌군요.
지나가다 코메다커피와 패밀리마트가 보여서 왠지 반가웠다.
어릴 때 살던 아파트 상가에는 패밀리마트가 있었다. 거기서 슬러쉬 뽑아먹고 그랬는데… 그때는 훼미리마트라고 불렀었다. 이제 우리나라엔 패밀리 마트가 없어서 일본이나 대만에 가서 패밀리마트 보면 뭔가 어색하다.
예전에 오사카 여행을 왔을 때 먹었던 하나마루켄 라멘, 금룡라멘은 한국인만 먹는 곳이라고 해서 돌아다니다가 들어간 곳이었다. 그때도 유명한 곳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더 유명해진 것 같다.
낯설지만 왠지 정겨운 작은 골목,
📍 마루후쿠 커피 센니치마에 본점
U가 MD를 사라 가는 동안 혼자 갈만한 카페를 찾다가 알게 된 마루후쿠 커피,
마루후쿠 커피 센니치마에 본점 · Osaka, Os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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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에 개업했다는 거의 100년이 다 된 카페다.
오래된 카페고 핫케이크와 푸딩이 맛있는 집이라고 해서 가보기로 했는데, 벽돌 건물과 철도, 우연히 카페 앞에 놓인 자전거가 참 잘 어울렸다.
물을 주는 카페를 좋아하는데 오사카에는 오래된 카페가 많다 보니 이렇게 커피를 마시기 전에 물을 주는 카페가 많다. 자리에 앉자마자 시원한 얼음물을 내어주어서 좋았다.
마루후쿠 커피도 아침 메뉴가 따로 있었는데 오전 11시까지 주문할 수 있다.
물론 100년 전 모습 그대로 유지할리는 없겠지만 가게 곳곳에서 오랜 세월이 느껴졌다.
마루후쿠 커피는 다이마루 파르코에도 분점이 있다. 여행객에겐 오사카의 오래된 카페로 유명한 곳이지만, 오래된 상점이 여행객의 입소문으로만 운영될 리가 없다. 마루후쿠 커피에도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잃고 아침의 여유를 즐기는 동네 사람들이 많았다.
핫케이크와 따뜻한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를 주문하면 이렇게 커피크림을 주는 카페가 많다. 우리나라도 예전엔 커피크림이 흔했는데,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커피크림을 본 지가 정말 오래된 것 같다.
핫케이크는 생각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요즘은 수플레 팬케이크가 맛있는 집이 많아졌고, 팬케이크야 집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으니까. 세월이 오래된 가게인만큼 예전엔 정말 맛있는 핫케이크를 파는 집이었겠다. 그런데 지금은 더 맛있는 핫케이크 가게가 더 많아졌겠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관광객을 제외하면 동네 사람들은 거의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었다.
푸딩이 맛있는 곳이라고 했는데, 이번 여행에선 정말 푸딩에 관심이 없었나 보다. 주문을 하면서 푸딩을 시켜볼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도 맛있다는 푸딩을 먹어보지 않고 돌아온 건 조금 아쉽다.
커피 사이로 몽글몽글 크림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몇 모금 홀짝이다 커피에 커피 크림을 부었다.
마루쿠쿠 커피는 오래된 카페고, 여행 중에 시간이 남으면 한 번 가봄직한 곳은 맞지만, 맛은 사실 그냥 그랬다. 그래도 오래된 가게 특유의 정중한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는 점은 좋았다.
이렇게 종이 계산서를 받아보는 것도 오랜만이다. 키오스크가 점점 늘어나면서 손글씨 계산서도 이제 볼 일이 별로 없다. 편한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이런 소소한 계산서 마저 정겹게 느껴진다.
킷사텐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코메타커피도 그렇고 이렇게 커피와 빵을 팔면서 간단한 경양식을 먹을 수 있는 곳, 길을 걷다 보면 이런 킷사텐을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번듯한 가게가 100년 가까이 유지되고 있는 것도, 커피와 경양식을 파는 킷사텐이 특별한 가게가 아닌 것도, 그 킷사텐이 나이 지긋한 사람들에게 익숙한 공간인 것도 다 식민지 국민의 고혈을 빨아먹으며 번성한 덕이다. 오랜 세월 많은 이들의 추억을 간직한 가게가 아늑했지만, 어쩐지 마음이 불편하고 씁쓸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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