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맞이하기[필동 헤베커피, 을지다락, 스타벅스 명동역점, 남대문 시장, 숭례문, 은호식당 꼬리곰탕, 신세계백화점 본점 미디어 파사드, 롯데백화점 소공점 소공에비뉴]
2023년 12월 일상 기록 - 크리스마스 맞이하기
요즘 제일 좋아하는 카페 헤베커피
당분간 필동에 갈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내 사랑 초코 피칸 쿠키와 브루잉 커피를 주문했다
헤베커피 대표 임지영 바리스타님이 브루잉 바리스타 챔피언이시라고 들었다
그래서 헤베커피의 근본은 브루잉 커피가 아닐까 하는데
오늘은 꼭 브루잉 커피를 마시겠다고 생각해 놓고도 매번 다른 음료를 마시게 돼서
느지막이 브루잉 커피를 주문해 본다
원래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실 생각이어서 원두를 따로 골라놓지 않았다
브루잉 커피는 디카페인 커피가 없다는 말에 허둥대다가
그냥 추천해 주시는 과테말라 커피를 주문했다
여유 있게 원두를 골랐으면 더 좋았을 텐데 좀 아쉬웠지만
필동 다시는 안 갈 거는 아니니까
뭐, 어는 여유 있는 날에 아무 볼 일 없이 커피만 마시러 가도 되고🙃
(아직 2회 차 밖에 올라오지 않았지만)
에그문화센터 애청자는 이제 스페셜티 설명서를 읽을 줄 알아요
프로세스가 워시드인 깔끔하고 산미 있는 커피군요🥸
산미가 없는 커피를 추천해 주신다고 했는데
사실 산미가 매우 많이 느껴졌고
산미 있는 커피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취향에 맞는 커피는 아니었어서
다음엔 꼭 원두를 잘 골라 놓고 주문해야지
이상순 님이 에그문화센터에서 평창수와 아이시스(수원지: 청주시 미원면)가 커피를 내리기에 적합하다고 했었는데
영상 본 지 얼마 안 돼서 헤베커피에 온 날에 매장 입구에 아이시스 생수가 잔뜩 쌓여있는 걸 보고
아 이게 그 산미를 잘 살려주는 미네랄이 든 그 아이시스!
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나는 아이시스 물 맛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얘가 이런 쓸모가 있구나 싶기도 했고…🙃
헤베커피에 간다고 하니 다음 주에 만나기로 한 친구가
원두를 좀 구매해 달라고 해서 친구 원두도 구입하고
우리 집에 가져갈 캡슐 커피도 샀다
전부터 한 번 와보고 싶었던 을지로 맛집 을지다락
필동에 온 김에 엄마와 같이 가보기로 미리 약속을 잡았다
을지로, 작년에 호캉스 하면서 그래도 한 번 와본 곳이라고
골목에 들어서자마다 길이 눈에 익어서 근방까지는 찾아가기가 어렵지 않았는데
건물에는 따로 걸린 간판이 없고 건물 근처에 입간판만 세워진 곳이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입간판은 못 보고 그냥 지나쳤고
카카오 지도는 어쩐 일인지 백제문화가 있는 을지다락 앞 건물로 나를 안내했는데
을지다락은 그 바로 앞 덕일칼라 건물이다
혼자 왔거나 친구와 함께 온 거라면 여유 있게 둘러보다 금방 찾아 들어갔었겠지만
나는 엄마와 함께 왔고
엄마는 이렇게 좁고 어지러운 곳을 싫어하는 데다가
어디를 함께 가면 서로가 초행길임에도 나를 기다려주지 않고 어디로 가야 되냐고 물으며
동시에 내가 좀 헤매는 것 같으면 끊임없이 여기가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다
더욱이 엄마가 아직 밥을 먹지 않은 상태라면 참을성이 급격해 부족해지기 때문에
나는 잠깐만 헤맨 뒤 바로 매장으로 전화를 걸어서 정확한 위치를 문의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높은 확률로 싸웠을 것
거의 다 도착해서 을지다락을 찾는 잠깐 사이에 식당이 보일 때마다 여기 아니냐고 물었다
그때마다 여기는 아니라고 백 번 대답했다😊
을지다락은 오래된 건물 가장 위층에 있는 식당으로
높고 좁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나오는 정말 다락같은 곳이다
낡은 철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가면 예쁜 식당이 나와서 동화 같은 느낌도 살짝 난다
입구에서 풍기는 느낌과는 달리 안쪽 식당으로 들어가면 넓고 아늑하다
주방은 오픈주방이고 테이블은 7여 개
바 테이블에는 두 세명 정도가 더 앉을 수 있다
한 두 시쯤?
우리는 한창 바쁜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에 도착해서 아주 잠시 기다렸다가 바로 착석할 수 있었는데
오픈 시간인 11시부터 1시 정도까지는 사람이 몰리고 대기시간이 좀 길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재료 준비 시간이 없는 대산 오후 2 시부터 5 시 까지는 느리게 운영한다고 했는데
대기하는 동안 미리 메뉴판을 받아서 주문을 하기도 했고
오래 기다리지 않고 차근차근 하니씩 음식을 받아볼 수 있었다
을지다락에 가기 전부터 다락 오므라이스, 다락 로-제, 가츠산도 이렇게 세 메뉴를 주문할 생각이었는데
처음 온 손님에게 위 세 메뉴를 함께 주문하기를 추천한다고 메뉴판에 아예 적혀있다
다락 오므라이스, 다락 로-제, 가츠산도, 매콤크림파스타가 을지다락 대표 메뉴고
이 외에도 계속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것 같다
음료 뭐 마실까 고민하다가 결국 음료는 따로 주문하지 않았는데
테이블마다 생수 한 병씩을 준다
나는 생수를 주는 식당 아니면 물을 거의 마시지 않는 편이라 특히 좋았다
다락 로제는 라구소스에 휘핑한 크림을 올린 파스타인데
크림을 아예 휘핑해서 올려주는 파스타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닌 건데
정말 영리하다는 생각이 드는 메뉴다
사진을 찍기에도 좋고 섞어 먹는 재미도 있다
메뉴판에는 맵다는 표시가 있는데 크림이 섞여서 그런지 그다지 맵다는 생각은 안 들었고
대신 크림이 들어간 파스타인데도 느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가츠산도는 사진으로 보이는 것처럼
돈카츠가 바삭하고 촉촉하게 잘 튀겨져서 맛있었는데
느끼한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엄마는 하나만 먹고 말았다
사실 엄마에게 을지다락을 가자고 하면서도 걱정을 좀 한 게
엄마는 친구들이랑은 피자고 파스타고 잘 먹으러 다니면서
나와 어딜 갈 때는 피자나 파스타집은 적극적으로 기피한다
맛집이니까 한번 가보자고 하면 같이 가기는 하겠지만
다락으로 올라가면서
분명 한마디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별 말이 없어서 그건 정말 다행이었다
철문 열기 전까지 조금 긴장했다고…🫠
음식도 대체로 만족한 모양이었다
음식은 빈티지 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그게 을지다락과 음식과 분위기에 잘 맞아 보였다
근데 커틀러리가 정말 너무 무거웠다
유리 손목을 가진 기력이 쇠한 사람은 무거운 커틀러리를 드는데 손목이 너무 아팠고
파스타 먹기가 정말 힘들었어…🥲
오므라이스는 역시 포포몬스가 중요하니까
친절한 직원분이 직접 배를 갈라 주시고
사진을 촬영을 할지 미리 물어봐 주신다
영상을 찍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냥 잠깐 사진만 찍고 말았다
오므라이스 나오고 나서야 생각이 났는데
반숙란 엄마 안 먹으면 어떡하지?
반숙란 괜찮냐고 물으니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볶음밥과 오므라이스 소스가 매운 편이라 부드러운 반숙 오믈렛과 조화가 좋다
나는 다락 로제가 가장 좋았고
엄마는 의외로 다락 오므라이스가 제일 입맛에 맞는다고 했다
평소 달걀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반숙이기까지 해서 안 먹을 줄 알았는데
오믈렛이 매운맛과 잘 어우러져서 엄마 입에 잘 맞았던 것 같다
모든 염려와는 달리 엄마도 을지다락 공간을 재밌어했던 것 같고
애초에 주문할 때 매문맛이 좀 있는 음식을 고르기도 했고
음식이 대체로 매운맛을 잘 살린 편이라
엄마도 느끼하다는 불평 없이
비록 가츠산도는 한 조각만 먹고 말았지만
맛있게 잘 먹었다
물론 메뉴를 받자마자 피클을 좀 달라고 부탁하기는 했다😊
누가 을지로 맛집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을지다락에 가라고 주저 없이 추천할만한 하다
엄마도 평소에 친구들과 찾아오기엔 좀 힘든 곳이라 꽤 만족했던 것 같고
다만 너랑 같이 오는 거 아니면 다시는 못 찾아올 것 같다고는 했다
아무래도 찾기 힘들다는 게 가장 큰 단점(인데 이게 또 장점인🙄)인
을지다락
공간도 재밌고 사진 찍기도 좋은 집
그런데 이제 맛도 좋은🙃
이날이 바로 그날이다
지긋지긋한 가려움증이 시작된 날
아토피가 꽤 호전된 후로는 가려움증이 그렇게 심한 날이 없었는데
통증으로 느껴질 정도로 심한 가려움증이 이날 시작 됐다
먼지가 많은 곳을 많이 돌아다닌 터라 먼지 알레르기 같은 거인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알레르기는 아니었고
아무튼 지금도 가려움증과 이 가려움증을 호전시키기 위한 약으로 고생 중이다
이왕 나온 김에 신세계백화점 본점 매지컬 홀리데이 미디어 파사드를 보고 가기로 했고
날이 어두워지기까지 조금 돌아다닐 생각이었는데
가려움증이 너무 심해서 일단 눈에 보이는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았다
길을 걷다가 가장 가까운 카페에 자리를 잡았은 거였는데
가장 가까운 카페가 스타벅스 명동점이었고
창가 쪽 바 테이블에 앉으니 건물 사이로 남산타워를 볼 수 있었다
할 일 없는 날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않아서
창 밖 구경하기 딱 좋은 자리다
언제까지고 마냥 앉아있을 수는 없어서 남대문 시장 구경을 가기로 했다
남대문 그릇시장을 가보고 싶었는데
실내에 공기도 정말 안 좋았고 가려움증이 너무 심해져서
그냥 실외에 있는 가게들만 조금 구경하고 말았다
남대문에도 크리스마스가 한창이었다
걷다 걷다 성벽 같은 게 보이길래 나와 보니
숭례문이 보였다
남대문 시장이 남대문과 이렇게 맞닿아있었는지 미처 몰랐네
어렸을 때 가끔 왔던 남대문 화방거리
이 화방거리를 나가면 바로 숭례문이 보인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하긴 동대문 시장도 흥인지문 바로 옆인데
남대문 시장에 그렇게 와봤어도
숭례문은 처음 본다
불에 타기 전에 봤다면 참 좋았을 텐데…
지금 생각해 보면 좀 신기하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한데
화방 거리를 어떻게 알았는지 어릴 때 방학을 하면 한 번씩 남대문 화방거리를 다녀왔었다
지금처럼 휴대폰에 지도가 보이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혼자 잘 찾아다녔다
가서 뭘 대단한 걸 사 온 것도 아니고 주로 알파문구에서 이것저것 사 왔는데
근데 그거 동네 큰 문구점에 다 있는 거고 하다못해 핫트랙스 가면 다 살 수 있는 건데
어린애가 왜 혼자 남대문을 혼자 쏘다녔는지
엄마는 또 안 말리고 잘 갔다 오라고 했는지
참 알 수가 없어…🤷🏻♀️
아무튼 남대문 시장 화방 거리 어른이 되고 나서는 아마 처음 가본 것 같은데
아주 많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옛날 모습이 남아있다
저녁으로는 은호식당에서 꼬리곰탕을 먹었다
나이가 들면 입맛도 변한다더니
요즘 그렇게 곰탕이 먹고 싶었던 차에
꼬리곰탕 먹는 영상을 보고 꼬리곰탕 맛이 궁금해서 찾아갔다
저녁으로 곰탕을 먹겠다고 하니 엄마가 한 번 놀랐고
가려는 곰탕이 시장 안에 있다고 하니 한 번 더 놀랐다
언젠가 내가 스타필드에서 국밥을 먹겠다고 하니까 놀라더니만…
진주집과 은호식당이 꼬리곰탕으로 유명한데
맑은 국물을 더 좋아서 은호식당을 골랐다
저녁시간이 시작되기 전에 도착했더니
우리가 첫 손님이었고 우리 이후로 저녁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뭔가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 맛이 아니어서 조금 당황해했더니
엄마가 놀리더라
뭘 생각하고 온 거냐고…
우리가 조금 일찍 가기도 했지만
식당은 생각보다 조금 어수선하고 덜 정리된 분위기였고
꼬리 살은 뭔가 풀 끓여서 흐물흐물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조금 뻣뻣한 느낌
엄마가 조금 더 삶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말 하긴 했다
아무래도 바쁜 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집이었어서 그런지
국물이 조금 미지근한 편이었다
나름 큰 기대를 하고 간 집이었는데
입맛에 맞지 않았고
나는 입맛이 변해서 곰탕이 먹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냥 추워서 국물 생각이 났었나 보다
아무튼 꼬리곰탕은 먹어봤으니 되었고
그래도 다음에 월드몰에 있는 수하동은 한 번 가볼 거야
근데 엄마도 B도 곰탕 안 좋아한다고 해서
(사실 나도...)
혼자 가봐야지 뭐…
곰탕을 먹고 남대문 시장에서 나와 신세계 백화점 본점으로 걸어왔다
신세계백화점 본관과 신관 사이에 루미나리에도 예쁘고🥰
길 건너서 매지컬 홀리데이 미디어 파사드 사진도 열심히 찍었다
버스 없었으면 정말 최고의 사진인데
그래도 이 정도 타이밍 잡기가 쉬운 게 아니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21년에 미디어 파사드 처음 봤을 때 정말 예쁘고 신났는데
이것도 이제 삼 년 차 보니까 감흥이 좀 덜 한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대가를 치르지 않는 서비스에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네..🤐
담당하시는 분도 아마 고민이 많겠지...
작년에도 그랬나
롯데백화점 소공점 크리스마스는 소공에비뉴라고 부르나 보다
아기자기한 크리스마스 풍경이 인형집 보는 것 같아서 예뻤고
올해는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제품도 많이 활용했다
잠실보다는 조금 작지만
소공점에도 비슷한 모양의 트리가 있었다
나는 올해 크리스마스 이벤트 중엔 롯데백화점 소공점 소공 에비뉴가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엄마 화장실 간다고 백화점 지하 내려갔다가
크리스피크림 도넛 살까 했는데 미니는 이미 품절이라고 해서 못 샀고
만년설 딸기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너무 가렵고 춥고 힘들었지만 그래도 즐거웠어🥰